[15] 실패한 영웅들, 어벤저스와 나가수2의 불편함 해리요셉과 [미디어]의 돌


  왜 우리는 영웅에게 환호할까요? 오늘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던져 봅니다.

'짜릿하잖아요?'
'이 시대가 영웅을 필요로 하는 것 아니겠어유?'
'영웅들을 보고 있으면 제가 영웅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요'
 

  뭐 대충 이런 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군요. ㅎㅎ 보상심리, 내적 욕구 표출 등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도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이런 답변들이 더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일지매'에 출연했던 장동건에 환장했던 게 생각나네요. 잘생기기도 했지만 탐관오리들을 혼내는 장면에서 왠지 모를 짜릿함을 느끼곤 했죠. 대충 그런 짜릿함들, 감동들이 우리가 영웅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생각해 봅니다. 

<한편 구글에서 'hero'는 JYJ 영웅을 의미한다는 불편한 진실 (출처 : search.google.com)>


  이 시대에도 많은 영웅들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수많은 맨시리즈가 대표적인데요. 할리우드가 포착한 성공적인 내러티브였습니다. 이 내러티브는 수많은 어린이들을 TV 앞으로 이끌었고 이후 영화로 제작되어서 수많은 남성팬들을 스크린 앞으로 이끌었죠. (남자 영웅에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환장한다는 것도 연구해볼 만한 대상임) 아마 이 '맨시리즈'의 총관객수를 모두 더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십억이 될 수도!)

<으악 뭐가 이렇게 많아 (출처 : search.google.com)>


  그리고 또 다른 영웅들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노래하는 영웅들이 있는데요. 바로 '나는 가수다'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시즌 1에서 많은 분들이 임재범의 '여러분'에 눈물 흘렸고, 김범수의 '님과 함께'에 춤을 췄으며, 박정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에 가슴 설레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나가수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신드롬으로 2011년을 장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나는 꼼수다', '나는 일반인이다', 심지어 '나는 에로배우다(?)'까지 다양한 파생어를 양산했던 나가수는 이 시대 최고의 문화 아이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나가수가 지난 4월 29일로 시즌 2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많은 기대를 보았지만 생방송 3번째 무대가 끝난 시점에 시청률은 6.6%(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즌 1만큼의 이슈도 되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한데요.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생방송까지 감행했지만 누구도 탈락가수에 충격을 받지도 않고 1위 가수에 박수를 쳐주지 않고 있습니다. 

  '노래하는 영웅들'의 나는 가수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영웅들의 영화, '어벤저스'와 함께 생각해봤습니다. 
  

  첫째로 먼저 가장 큰 불편함은 '따로 노는 분위기'였습니다. 나가수는 본래 최고의 실력파 가수들이 무대뿐만 아니라 무대 뒤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경쟁해 나가는 모습이 강점인 프로그램입니다. 순서를 둘러싼 치열한 공잡기(?), 공연 후 깨알같은 자기자랑 등이 그렇죠. 나가수2는 이런 시즌 1과는 다르게 공연 전후로 가수의 대기실을 조명하며 개개인의 긴장감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가수들은 '참 잘해'와 같은 다소 식상한 멘트나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는 어색한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MC가 아닌 대부분의 가수들은 몇 초 사이 날카로운 촌평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수들이 어색해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프로그램에 어색하게 됩니다. 가수들도 따로 놀지만, 시청자들도 따로 놀게 되는 거죠.

<진정한 긍정의 아이콘으로 급부상>


  비슷한 맥락에서 영화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히어로들도 따로 놀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블랙위도우, 호크 아이는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 입니다. 그래서 이런 캐릭터들이 갈등과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포기하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짜릿함이 있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각 인물들의 스토리는 어디 갔을까 궁금했던 건 저밖에 없었을까요? 캡틴 아메리카는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었지만 냉동인간으로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만큼 격세지감을 느끼는 장면이 초반에 나오죠. 그러나 그런 내적 갈등은 금새 사라지고 다른 인물에 초점이 옮겨갑니다.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를 향한 마음이 뭔가 특별한 것 같은데요. 뭔가 두 사람 사이에 집중하려 하면 다시 초점이 옮겨집니다. 그렇게 어벤저스는 인물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둘째로 느낀 불편함은 '커뮤니케이터'의 부재입니다. 다들 아시듯이 나가수2는 원래 MC가 이소라였습니다. 첫 방송 직전에 PD와 갈등을 겪고 하차해 버렸죠. 덕분에 김영희 PD는 이은미로 MC를 갑작스레 바꾸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각 가수마다 주목해야 할 점, 전 무대와 다음 무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연계하는 진행 등은 이소라에게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장MC인 박명수였습니다. 사실 박명수의 진행력은 원래 뛰어난 편이 아니었습니다. 꽁트나 상황극에는 강하지만 출연자를 파악하고 적절한 리액션을 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박명수가 메인MC를 봤던 프로그램은 다 조기종영됐죠. 비타민, 뜨거운 형제들 등등)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 아니었습니다. 

'(1등한 박상민에게) 왜 이렇게 그동안은 노래 안했어요?'
'(정엽에게) 마이크 4번은 돌려주세요. 2번 말고 4번은 돌려야 돼!'
'(탈락한 백두산에게 절하는 박상민에게) 오버하지 마세요!
'


  덕분에 중간중간 가수들의 불편한 얼굴이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분명히 무한도전의 박명수는 무례하고 부족해도 즐거웠지만 나가수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생방송이라서가 아니라 이 무대가 '노래하는 영웅들'의 무대기 때문입니다. 나가수가 처음 시작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와 진짜 이 가수들이 다?" "말도 안돼" 즉, 가수들의 경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시작했던 것이지 평가로 깎아내리려 시작한 콘텐츠가 아닌 겁니다. 따라서 박명수의 공격성은 유효하지 않음 셈이 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적절한 배려, 조금의 예의와 함께 웃음을 끌어내는 MC, 어디 없나요?

<아 그는 진정한 불사신>
 
  어벤저스 역시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케이터가 없는 셈입니다. 사실 수많은 명배우들이 등장했던 '오션스' 시리즈는 리더로써 관계를 정리해주고 이어줬던 조지 클루니(요즘 제작자로 완전 잘 나가고 있음)가 있었거든요. 그 역할을 어벤저스에서는 쉴드의 국장 닉 퓨리(사무엘 L. 잭슨)가 해줘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무엘 L. 잭슨이라는 명배우도 어벤저스의 어수선함을 이기기는 힘들었던 것일까요? 카드 피칠하기(?) 외에는 특별히 한 일 없는 닉 퓨리는 그렇게 기억 속으로 잊혀졌습니다. 동시에 스토리도 안드로메다로 가고 말았습니다. (실제로도 외계인 침략을 다루고 있음)  

  셋째로 느낀 불편함은 '프레임'입니다. 저는 어벤저스를 3D로 봤는데, 2시간 상영 시간 중에서 3D로 봐야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장면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뭔가 가속도를 느낄 수 있거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적었던 점이 그랬습니다. 오히려 포커스가 맞지 않는 듯한 장면들 때문에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낮았습니다. 촬영기법과 맞지 않는 프레임은 예산을 얼마를 썼던 간에 불편함을 준다는 것을 덕분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만 카드, 생방송>

  나가수2는 시즌 2를 맞이하면서 생방송으로 프레임을 전환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신 음질이나 무대의 질은 사실 안방 시청자인 저로서는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생방송으로 프레임을 전환했을 때 당연히 들어갔어야 할 콘텐츠들의 부재는 내내 아쉬웠습니다. 생방송의 경우 가수들의 무대 사이, 문자투표 집계 등에서 적지 않은 준비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추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의 합동무대나 인터뷰 등으로 이를 대체하고는 했습니다. 나가수2에서 현재 그 시간에 내보내고 있는 무대 다시보기, 현장평가단 인터뷰, 대기실 현장스케치 등은 그런 의미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화면이기에 식상한 측면이 있습니다. 차라리 이 타임에 출연자들의 심층 인터뷰나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를 내보낸다면 생방송으로 전환하며 누락된 가수들의 스토리 라인을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나가수 2는 생방송을 포기하고 녹화방송 중심으로 선회하고 말았습니다. 본 글은 그 전에 쓴 글인데 그냥 아까워서 올립니다. ㅋㅋ 나가수의 건승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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